제1절 금융감독의 개념과 필요성

제1절 금융감독의 개념과 필요성

1.금융감독의 개념

금융감독의 개념을 명확하게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1980년대 초반부터 BIS 등 국제 금융감독기구에서 금융감독에 대한 이론적 접근이 시도되었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1997.6월 영란은행(Bank of England)이 주최한 제4회 세계 중앙 은행 총재단 심포지엄에서 “금융감독과 금융규제는 본질적으로 적절한 유인 구조를 창출함 으로써 금융회사와 금융시장 참가자의 행태를 바꾸는 것에 관한 것”이라는 정의를 발표한 바 있어 참고할 만하다.

그러나 이러한 정의는 금융감독이 기본적으로 따라야 할 속성을 포괄적으로 제시하고는 있지만, 누가, 무엇을, 어떻게 감독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명쾌한 답이 되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배경 때문에 나라마다 금융감독의 주체, 대상 및 그 방법과 절차 등이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금융감독기구의 지향점에 대해서는 금융시스템의 안전성,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안정성 유지 그리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해야 한다는 데에 세계 각국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1

현재 우리나라 금융감독기구의 법적인 목적도 금융산업의 선진화와 금융시장의 안정 도모, 건전한 신용질서와 공정한 금융거래 관행 확립, 예금자 및 투자자 등 금융수요자 보호로 규정 되어 있다.(「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1)

외국의 경우도 유사하다. 영국의 구 통합감독기구였던 FSA의 경우 금융시장의 신뢰성 확보(Market confidence), 금융정보 제공(Public awareness), 금융소비자 보호(Protection of consumers) 및 금융범죄 억제(Reduction of financial crime)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금융서비스시장법」·FSMA 2000 §2~§6) 일본 금융청의 경우에는 금융기능의 안정성 확보, 금융이용자 보호 및 금융의 원활화 도모 등으로 정하고 있다.(「금융청 설치법」 §3)

금융감독기구는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규정의 제·개정, 금융회사의 설립 등에 관한 인·허가, 증권·선물시장의 관리·감독 및 감시에 관한 활동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적기시정조치(경영개선의 권고·요구 또는 명령), 검사와 제재 등과 같은 다양한 금융감독 수단을 행사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금융감독이란 ‘금융감독당국이 금융회사의 경영건전성 확보, 금융 시장의 신용질서 및 공정거래관행 확립, 금융소비자의 보호 등을 도모하고자 금융회사와 금융시장에 대해 인·허가, 건전성에 관한 규제, 경영개선조치, 검사 및 제재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제반 활동’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한편, 금융감독과 금융규제의 개념에 대한 구분이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규제(regulation)는 사전적(事前的)으로 경제주체의 행위에 대한 기본규칙을 수립하는 것과 관련되고2, 감독 (supervision)은 경제주체의 행위를 사후적(事後的)으로 감시하는 것을 의미한다.3 그러나 이는 이론 상 가능한 구분이며, 현실적으로 규제와 감독이 서로 피드백(feed-back)되며 업무 성격상의 스펙트럼을 명확히 분리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금융감독의 개념을 넓게 보아 규제와 감독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사용하기로 한다.4

2. 금융감독의 필요성

금융감독의 필요성(rationale)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론적 근거가 제시되고 있다. 우선 미시경제학적 측면에서는 금융감독의 필요성을 정보의 비대칭성(asymmetric information) 에서 찾고 있다. 5

정보의 비대칭성이란 금융계약의 당사자 간에 보유하는 정보의 질과 양에 차이가 발생 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역선택(adverse selection)과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때로는 금융시스템의 원활한 작동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보험가입자의 건강상태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한 보험회사가 우량가입자와 불량가입자에 대하여 동일한 보험료를 적용할 경우 우량가입자는 가입을 기피하게 되고 불량가입자만 가입하려고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대출시장이나 자본시장 에서도 발생한다. 대출시장에서 고객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은행이 평균적인 대출금리를 적용할 경우 우량고객이 대출을 기피하고 불량고객만 대출시장을 이용하는 현상이 발생 하게 되며 은행은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해 담보를 요구하게 된다. 증권시장의 경우 증권 발행자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투자자는 모든 증권에 대해 평균가치를 반영한 가격만을 지불하려고 하기 때문에 발행자는 내재가치가 평균가격보다 낮은 불량증권만 발행하려 하고 우량증권의 발행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야기된 역선택과 도덕적 해이의 문제를 일반적인 자금 공급자가 자신의 힘만으로 해결하는 것은 무임승차 문제(free rider problem)로 인해 어렵다. 다수의 자금공급자중 1명이 금전적·시간적 비용을 부담해서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결할 경우 여타 자금공급자는 별도의 비용부담 없이 동일한 편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게 되며, 이는 결국 모든 자금공급자가 노력을 기울이지 않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고 금융시스템의 원활한 작동을 보장하기 위하여 금융감독 기구에 의한 금융회사 건전성 감독과 금융시장 상시감시가 필요하다는 것이 미시적 관점 에서 본 금융감독의 필요성이다.

한편, 거시경제적 측면에서 금융감독의 필요성을 찾는 이론6은 시장 실패이론이 대표적이다.

시장실패이론(the market failure theory of regulation)은 금융감독의 목적이 시장실패를 바로잡는 데 있다고 보는 견해이다. 시장실패는 금융감독이 없는 금융시장(free market)에서 독과점의 결과로 인해 금융상품과 서비스가 과도하게 많거나 적게 제공된다든가, 가격이 지나치게 높거나 낮을 때, 또는 쏠림현상 등으로 금융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경우에 발생하게 된다. 예컨대 금융회사가 도산할 것이라는 소문이 유포되면 예금자 또는 투자자들의 예금 인출, 투자금 회수 등의 사태(Bank run)나 공황(panic)이 발생하게 되고 결국에는 금융회사가 문을 닫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이러한 현상이 경제 전반에 전달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금융회사를 감독하는 것이다.

Footnotes

  1. David T. Llewellyn, “The Economic Rationale for Financial Regulation,” 1999.

  2. 법률은 입법기관의 재량에 속하므로 법률의 위임에 의한 각종 규칙, 규정, 지침 등의 제·개정에 대해서만 규제의 개념에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Lastra(2003)도 금융규제는 규정의 제·개정(rule-making)을, 금융감독은 금융회사의 행동에 대한 감시(특히, 리스크 감시)를 뜻한다고 한다.

  3. David T. Llewellyn, “The Economic Rationale for Financial Regulation,” 1999.

  4. 규제와 감독을 구분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는 따로 밝혀서 사용하기로 한다.

  5. Frederic S. Mishkin, “Prudential Supervision; Why is it important and What are the issue?,” 2000. Peter D. Spencer, 「The Structure and Regulation of Financial Markets」, 2000.

  6. Emmett J. Vaughan and Therese Vaughan, 「Fundamentals of Risk and Insurance」, 9th ed., 2003.